WORDS of RETREAT
삶을 가벼이 만들어 줄 웰니스 전문가들의 조언. 그들이 제안하는 작은 쉼표를 만나보자.
INTERVIEW 01.
공간에서 찾은 삶의 균형
백에이어소시에이츠 안광일 대표 @100aassociates_official
깊은 쉼이 필요할 때 백에이어소시에이츠가 설계한 공간을 찾게 된다. 취호가, 시호루, 밀밀아, 향심재 등 그들이 작업한 프로젝트는 작게 낸 창 하나에도, 은은히 스며드는 빛 속에도 치유가 스며있다. 안광일 대표는 웰니스를 단순한 유행이나 콘텐츠로 보지 않는다. 그에게 웰니스란 상처를 어루만지고, 지친 마음을 감싸주는 과정이다. 그렇게 그가 매만진 작은 디테일마저 머무는 이의 감정을 위로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웰니스의 진정한 의미와 그것을 실현하는 공간을 함께 들여다본다.
모든 프로젝트는 사용자의 이야기와 삶을 중심으로 설계됩니다.
깊은 소통 끝에 그들이 원하는 치유와 정서를
공간에 녹여내죠.
웰니스와 공간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웰니스라는 개념을 건축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나요?
저의 건축에서 웰니스는 ‘정서적 치유’에 가까운 개념이에요. 백에이어소시에이츠가 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도심에서 벗어나 산, 바다, 들 같은 자연 속에 자리 잡고 있어요. 그 프로젝트들의 클라이언트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도시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자 자연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정서적 치유 또는 공간적 치유에 초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간으로 어떻게 정서적 치유를 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저마다 상처를 받는 이유가 다르듯이, 치유를 위한 공간을 만들 때도 접근 방식이 각기 달라야 하죠. 핵심은 사용자의 고유한 경험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간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스테이 ‘취호가’는 분운한 정서적 스트레스로 도시를 떠난 클라이언트 부부를 위해 설계한 공간이에요. 처음이 프로젝트를 의뢰받았을 때, 부지가 위치한 호명리는 계곡도, 산도, 바다도 없는 지역이고 주변에 파밭이 펼쳐져 있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남편분이 어린 시절부터가 수 드렁큰타이거를 선망했고 호랑이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는데, ‘호랑이가 울던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에 끌려 그 땅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해요. 저희는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취호가'를 단순히 방문객들의 휴식공간이 아닌, 클라이언트 부부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회복할 수 있는 환경으로 설계했어요. 이를 위해 전나무, 구상나무, 소나무 껍질을 비롯해 풀과 돌 같은 자연의 요소를 더해 공간에 생명력을 담았죠. 또한 숲의 탁 트인 풍경을 내부로 깊숙이 끌어들여 치유의 에너지를 불어넣었어요. 특히 클라이언트의 집과 스테이 두 채를 구성하면서 집을 가장 크게, 좋은 위치에 연출한 것도 그들을 위한 최상의 선택이었죠.
도심처럼 자연환경이 제한적인 곳에서도 치유의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요?
자연을 곁에 둔 공간에서는 그 환경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설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죠. 하지만 자연이 부족하거나 없는 도심에서는 사용자를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필요를 더욱 세심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이를 바탕으로 설계된 대표적인 공간이 ‘향심재’라는 가정의학과 병원이에요. 클라이언트는 속한 집단 안에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한국을 잠시 떠났다가, 향수병으로 다시 돌아와 새롭게 병원을 열고자 했죠. 공간 안에서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치유를 받고,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도록 볏짚을 입은 검박한 외관부터 사유를 위한 정원과 연못, 빛과 향까지 그가 좋아하는 것들로 공간을 가득 채웠어요. 이곳의 가장 특이한 점은 병원 초입에 있는 넓은 부엌이에요. 약이 아니라 밥을 주는 병원인 거죠(웃음). 얼굴만 슬쩍 보고 순식간에 끝나는 진료가 아니라, 음식을 대접하면서 환자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진료하는 철학이 담긴 공간이에요.

© 김재윤
공간이 사용자와 깊이 교감하면 결국 그 사람을 닮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것이 곧 웰니스 공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본질은 그들의 삶과 감정을 담아내는데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기능적이거나 미적인 요소를 넘어, 사용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하죠.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 클라이언트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정말 당신답게 지어진 공간이다”라고 한다면, 그때 비로소 성공적인 설계라고 느껴요. 그런 이유로 저희는 준공 후 바로 사진촬영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일반적으로 건축회사들은 공간이 완성되자마자 깔끔한 상태에서 사진을 찍지만, 저희는 클라이언트가 그 공간에서 실제로 생활하며 자신만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뒤에야 사진을 촬영해요. 공간이 사용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삶을 닮아가는 과정을 존중하고, 그러한 모습이 드러날 때야말로 가장 진솔하고 완성된 모습을 담아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웰니스 공간을 완성하는 노하우는 무엇일까요?
먼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요소에서 행복과 안정감을 느끼는지, 어떤 환경이 나를 치유하는지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 회복과 치유의 첫걸음이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색, 향, 텍스처, 가구 등 의미 있는 요소들을 공간에 하나씩 채워간다면, 그 공간은 개인의 웰니스 공간으로 완성될 수 있습니다.
웰니스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소재, 뉴트럴 컬러, 미니멀한 디자인 등 표현되는 언어가 정형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를 벗어나 차별화된 웰니스 공간을 만들기 위해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웰니스 공간은 한국적인 정서와 맥락을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만의 감각과 가치관을 반영해 고유한 방식으로 표현될 필요가 있죠. 저희가 설계한 요가 리트리트 센터인 ‘밀밀 아이’ 프로젝트는, 요가라는 인도의 철학을 한국적인 방식으로 해석한 공간이에요. 이곳은 요가의 3가지 핵심요소인 윤리적, 육체적, 심리적 단계를 공간에 반영했어요. 계단은 윤리적 단계를 상징하며, 본격적인 요가가 이루어지는 실내공간은 육체적 단계를 담았고, 마지막으로 옥상에서 펼쳐지는 자연과의 조화는 심리적 단계로 연결되죠. 이것을 돌, 나무, 금속이라는 자연적이고 순수한 재료를 바탕으로 한국적 미감으로 풀어냈어요. 이처럼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해 한국적인 맥락에서 새롭게 해석된 웰니스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해요.
건축과 공간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를 선사하고 계시지만, 정작 대표님은 본인의 치유를 위해 어떤 방법을 실천하나요?
사실 여유 있는 삶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대신 저만의 작은 사치로 저는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마음을 정리할 때 사우나를 자주 찾아요. 물속에 있으 면 잡념이 사라지고, 핸드폰 없이 온전히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거든요. 많으면 하루에 두 번 갈 때도 있고, 산골짜기에 있는 작은 사우나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해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을 하나 추천하자면, 양평 서종면의 면사무소에 사우나가 있어요. 동네 주민들만 이용하는 작은 사우나인데 물이 엄청 깨끗하고 뜨겁고, 가격도 2000원밖에 안 해요(웃음). 그렇게 저는 물속에서 마음의 균형을 되찾습니다.
Special
Part 02.
WORDS of RETREAT
삶을 가벼이 만들어 줄 웰니스 전문가들의 조언. 그들이 제안하는 작은 쉼표를 만나보자.
INTERVIEW 01.
공간에서 찾은 삶의 균형
백에이어소시에이츠 안광일 대표 @100aassociates_official
깊은 쉼이 필요할 때 백에이어소시에이츠가 설계한 공간을 찾게 된다. 취호가, 시호루, 밀밀아, 향심재 등 그들이 작업한 프로젝트는 작게 낸 창 하나에도, 은은히 스며드는 빛 속에도 치유가 스며있다. 안광일 대표는 웰니스를 단순한 유행이나 콘텐츠로 보지 않는다. 그에게 웰니스란 상처를 어루만지고, 지친 마음을 감싸주는 과정이다. 그렇게 그가 매만진 작은 디테일마저 머무는 이의 감정을 위로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웰니스의 진정한 의미와 그것을 실현하는 공간을 함께 들여다본다.
모든 프로젝트는 사용자의 이야기와 삶을 중심으로 설계됩니다.
깊은 소통 끝에 그들이 원하는 치유와 정서를
공간에 녹여내죠.
웰니스와 공간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웰니스라는 개념을 건축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나요?
저의 건축에서 웰니스는 ‘정서적 치유’에 가까운 개념이에요. 백에이어소시에이츠가 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도심에서 벗어나 산, 바다, 들 같은 자연 속에 자리 잡고 있어요. 그 프로젝트들의 클라이언트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도시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자 자연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정서적 치유 또는 공간적 치유에 초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간으로 어떻게 정서적 치유를 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저마다 상처를 받는 이유가 다르듯이, 치유를 위한 공간을 만들 때도 접근 방식이 각기 달라야 하죠. 핵심은 사용자의 고유한 경험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간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스테이 ‘취호가’는 분운한 정서적 스트레스로 도시를 떠난 클라이언트 부부를 위해 설계한 공간이에요. 처음이 프로젝트를 의뢰받았을 때, 부지가 위치한 호명리는 계곡도, 산도, 바다도 없는 지역이고 주변에 파밭이 펼쳐져 있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남편분이 어린 시절부터가 수 드렁큰타이거를 선망했고 호랑이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는데, ‘호랑이가 울던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에 끌려 그 땅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해요. 저희는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취호가'를 단순히 방문객들의 휴식공간이 아닌, 클라이언트 부부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회복할 수 있는 환경으로 설계했어요. 이를 위해 전나무, 구상나무, 소나무 껍질을 비롯해 풀과 돌 같은 자연의 요소를 더해 공간에 생명력을 담았죠. 또한 숲의 탁 트인 풍경을 내부로 깊숙이 끌어들여 치유의 에너지를 불어넣었어요. 특히 클라이언트의 집과 스테이 두 채를 구성하면서 집을 가장 크게, 좋은 위치에 연출한 것도 그들을 위한 최상의 선택이었죠.
도심처럼 자연환경이 제한적인 곳에서도 치유의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요?
자연을 곁에 둔 공간에서는 그 환경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설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죠. 하지만 자연이 부족하거나 없는 도심에서는 사용자를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필요를 더욱 세심히 고려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이를 바탕으로 설계된 대표적인 공간이 ‘향심재’라는 가정의학과 병원이에요. 클라이언트는 속한 집단 안에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한국을 잠시 떠났다가, 향수병으로 다시 돌아와 새롭게 병원을 열고자 했죠. 공간 안에서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치유를 받고,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도록 볏짚을 입은 검박한 외관부터 사유를 위한 정원과 연못, 빛과 향까지 그가 좋아하는 것들로 공간을 가득 채웠어요. 이곳의 가장 특이한 점은 병원 초입에 있는 넓은 부엌이에요. 약이 아니라 밥을 주는 병원인 거죠(웃음). 얼굴만 슬쩍 보고 순식간에 끝나는 진료가 아니라, 음식을 대접하면서 환자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진료하는 철학이 담긴 공간이에요.
© 김재윤
공간이 사용자와 깊이 교감하면 결국 그 사람을 닮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것이 곧 웰니스 공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본질은 그들의 삶과 감정을 담아내는데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기능적이거나 미적인 요소를 넘어, 사용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하죠.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 클라이언트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정말 당신답게 지어진 공간이다”라고 한다면, 그때 비로소 성공적인 설계라고 느껴요. 그런 이유로 저희는 준공 후 바로 사진촬영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일반적으로 건축회사들은 공간이 완성되자마자 깔끔한 상태에서 사진을 찍지만, 저희는 클라이언트가 그 공간에서 실제로 생활하며 자신만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뒤에야 사진을 촬영해요. 공간이 사용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삶을 닮아가는 과정을 존중하고, 그러한 모습이 드러날 때야말로 가장 진솔하고 완성된 모습을 담아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웰니스 공간을 완성하는 노하우는 무엇일까요?
먼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요소에서 행복과 안정감을 느끼는지, 어떤 환경이 나를 치유하는지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 회복과 치유의 첫걸음이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색, 향, 텍스처, 가구 등 의미 있는 요소들을 공간에 하나씩 채워간다면, 그 공간은 개인의 웰니스 공간으로 완성될 수 있습니다.
웰니스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소재, 뉴트럴 컬러, 미니멀한 디자인 등 표현되는 언어가 정형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를 벗어나 차별화된 웰니스 공간을 만들기 위해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웰니스 공간은 한국적인 정서와 맥락을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만의 감각과 가치관을 반영해 고유한 방식으로 표현될 필요가 있죠. 저희가 설계한 요가 리트리트 센터인 ‘밀밀 아이’ 프로젝트는, 요가라는 인도의 철학을 한국적인 방식으로 해석한 공간이에요. 이곳은 요가의 3가지 핵심요소인 윤리적, 육체적, 심리적 단계를 공간에 반영했어요. 계단은 윤리적 단계를 상징하며, 본격적인 요가가 이루어지는 실내공간은 육체적 단계를 담았고, 마지막으로 옥상에서 펼쳐지는 자연과의 조화는 심리적 단계로 연결되죠. 이것을 돌, 나무, 금속이라는 자연적이고 순수한 재료를 바탕으로 한국적 미감으로 풀어냈어요. 이처럼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해 한국적인 맥락에서 새롭게 해석된 웰니스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해요.
건축과 공간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를 선사하고 계시지만, 정작 대표님은 본인의 치유를 위해 어떤 방법을 실천하나요?
사실 여유 있는 삶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대신 저만의 작은 사치로 저는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마음을 정리할 때 사우나를 자주 찾아요. 물속에 있으 면 잡념이 사라지고, 핸드폰 없이 온전히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거든요. 많으면 하루에 두 번 갈 때도 있고, 산골짜기에 있는 작은 사우나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해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을 하나 추천하자면, 양평 서종면의 면사무소에 사우나가 있어요. 동네 주민들만 이용하는 작은 사우나인데 물이 엄청 깨끗하고 뜨겁고, 가격도 2000원밖에 안 해요(웃음). 그렇게 저는 물속에서 마음의 균형을 되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