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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리빙 22년 11월_공간디자이너는 어떻게 일할까?

모든 답은 클라이언트가 가지고 있다.

나를 닮은 집. 이보다 더 기분 좋은 말이 있을까. 100A어소시에이츠가 만드는 공간은 그 주인을 꼭 닮았다. 이들과의 오랜 대화 끝에 그 비결을 알 수 있었다. 클라이언트의 모든 말에 귀 기울이는, 디자이너의 진심이 그 답이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정돈해서 공간 속에 정갈하게 담아내는 것. 저희는 단순히 정리하는 사람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에요. 디자인의 답은 모두 그들이 가지고 있으니까요.”

 

100A어소시에이츠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처음 독립해 회사명을 정할 때 ‘아무것도 아닌 것, Nothing’의 의미를 담은 흰백(白)자를 사용하려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의미와 어감이 맞아떨어지는 표현이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10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죠. 흰백과 일백 백(百)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천지의 이치라는 근사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A는 태도(Attitude)와 해답(Answer)의 앞글자이고요.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는 순수성과 이를 대하는 미학적 태도, 그리고 그와의 소통을 통한 기록이라는 의미예요.


건축과 인테리어까지 모두 하는 디자이너라니, 그 두 가지는 만들어가는 과정이 다르기에 시행착오도 있었으리라 예상되는데요.

건축주의 삶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그걸 잘 정돈한 뒤 건축이라는 테두리에 담는 순서로 작업을 해요. 인테리어부터 배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는 이의 살갗이 직접 닿는 안에서의 감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클라이언트와 100A어소시에이츠의 진솔한 대화,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때에 따라 그 순서가 다르지만 시작은 항상 대화예요. 디자이너는 늘 공간을 다루지만 클라이언트에게는 생애 몇 번 없을 크고 중요한, 하지만 생소한 이벤트잖아요. 얼마나 많은 생각을 겹겹이 쌓아두었으며 궁금한 것 또한 얼마나 많겠어요. 설계를 시작하기 앞서 그들이 품고 있는 갈증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해소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편안한 대화로 이어지죠. 격식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그들의 삶에 대한 소소한 생각도 나누게 되고요. 설계를 하는 모든 과정을 클라이언트와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하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오랜 시간 동안 서로 다른 삶을 산 사람들끼리 한 가지 목적을 영위하고자 할 때, 서로의 생각을 단단하게 결속시키는 과정은 결국 결과물에 그대로 드러나거든요.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정돈해서 공간 속에 정갈하게 담아내는 것. 저희는 단순히 정리하는 사람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에요. 디자인의 답은 모두 그들이 가지고 있으니까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창의적인 공간 구성으로 풀어낸 사례 중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제주도의 주택 시호루를 설계할 때 클라이언트와 저희의 목적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건축을 구현하는 것이었어요. 땅과의 관계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원초적인 자연스러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막막해서 제주도에 대해 장르를 불문하고 정말 많은 공부를 했어요. 땅의 단점을 좁고 긴 건축의 형태로 보완하고 이로 인해서 단절된 빛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내부에 순환시키기 위해 창과 중정을 배치했어요. 광활한 날것 그대로 제주의 자연을 온전히 품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제주의 자연을 찾아 담아내고, 내외부의 경계를 허물어 공간의 경계를 밖으로 둠으로써 시각적인 확장이 이어지도록 계획했고요. 공간의 색과 물성 그리고 마당의 나무까지 장소의 분위기가 묻어나고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을 배치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프로젝트입니다.


한 분야에서 성장해가며 마냥 즐거울 수는 없을 텐데요, 손에 꼽는 어려웠던 상황이 있었나요?

주니어 디자이너 시절 몇 번의 건축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그 경험들은 저희가 건축부터 인테리어까지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작업을 할 수 있게 한 바탕이 되었지요. 그런데 건축을 전공하지도 않고 전문적 실무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직접 건축을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곁눈질로 배운 겨우 몇 번의 간접경험으로 직접경험을 하려다 보니 너무 괴리가 깊더라고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어렵고 애매모호한 건축 법규의 문장들부터 지역마다 다른 기준들, 그리고 인테리어를 시공하던 방식으로 건축을 하니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와 건축적 하자 문제 등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시간적, 금전적 손해를 일으켰어요. 이 문제는 직접 부딪히고 그 결과를 통해 배우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당면한 것들을 해결하면서 경험을 쌓고 다음에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어요. 모두들 성향이 상대적으로 무디고 느긋한 편이라 문제에 맞닥뜨릴 때마다 차근히 풀어내다 보니 이제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지요. 결국, 꾸준함이 답이더라고요.


주거 공간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있지요. 평면부터 퍼니싱까지 어떠해야 한다는 통념이요.

간혹 주택 설계를 의뢰하면서 아파트와 같은 평면을 원할 때가 있는데 그 입장도 충분히 이해해요. 아파트는 주변 환경과 별개로 반듯한 모양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만든 편리한 공간이잖아요. 또 주택 설계를 의뢰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주택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고요. 그 때문에 아파트라는 공간의 편리함이 주거 공간의 기준이 되고 여태껏 누려온 편리한 생활이 몸에 배어버린 거지요. 저희가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의 생활 방식을 더 많이 이해하고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서 치밀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밖에 없어요. 공간이라는 것은 구현되기 전까지 무형이잖아요. 유형이 되어가는 과정마다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주고 설명하고 의견을 들으며 완성하는 방법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매 과정을 클라이언트와 논의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공간의 질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론적으로 이러한 과정은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공간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이해하고, 애정을 갖게 하며, 만족도를 높이게 해요.

 

디자인을 하다 보면 예산의 한계로 포기하는 것이 생기게 마련인데 그럼에도 놓치지 않으려 하는 요소가 있다면요?

저희는 상대적으로 디테일은 잘 포기하는 편이에요(웃음). 오히려 끝까지 고수하는 부분은 공간감. 주어진 예산 안에서 공간을 조직하다 보면 공간의 바탕이 되는 공간감이 최우선 순위가 될 수밖에 없어요. 공간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그곳의 밀도를 조절하고 공간의 질서를 조직하는 작업을 할 때에는 항상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고 아무것도 입혀지지 않은 상태의 공간을 상상하면서 설계해요. 날것의 상태에서도 아름다운 공간을 목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그다음 프로젝트의 상황에 따라 옷도 입히고 화장도 시키고 액세서리도 달아봐요.

100A어소시에이츠의 공간 디자인이 품은 신념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설계하고 시공한 공간에서 클라이언트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지켜보면서 예산과 상관없이 모두 질 좋은 공간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적어도 저희가 작업한 공간에서는 꼭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요. 이건 예산과는 다른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골격을 세우고 살갗을 붙이는 것에서 공간이 완성될 수 있다는 신념을 마음 깊이 담아두고 매 순간 꺼내어 보는 것이고요.


공간 디자이너의 어깨에는 클라이언트의 기대감과 삶이 얹혀 있는 듯해요. 무겁지는 않나요?

건축까지 공간의 영역을 확장해 작업을 하면서 인테리어보다 생명력이 긴 공간에 대한 책임을 느껴요. 시간이 쌓여가는 공간을 마주하는 것은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또 그만큼 심상의 희열이 크기도 하고요. 작업했던 공간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문득 저희가 이 공간에 채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바람 소리, 새소리, 풀 내음, 빛의 일렁임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것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느꼈을 때요. 그 당시에는 엄청 슬프고 무기력해졌어요. 그렇게 치열했던 시간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고, 어쩌면 모두 쓸모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 감정에 대해 서로 대화하다가 이런 결론을 내렸어요. 너무 평범하고 당연해서 모두가 지나치는 것들을 우리의 작업 안에 귀하게 자리 잡을 수 있게 한다면, 또 그로 인해 부족함 없이 가득 채워진 공간을 목격할 수 있다면 우리의 작업이 정말 아름다운 일이 되겠다고요.

 

디자이너로서 바라 마잖는 본인들의 미래 모습을 그려본다면?

100A어소시에이츠라는 이름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 모든 것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틈을 빚는 사람들로 성장해나가면 좋겠어요. 침묵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소리를 아무도 알아채지 않도록 점점 더 낮은 소리로 말하게 되길 바라요.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지 않고서 즐겁게 살 수는 없다. 즐겁게 살지 않으면서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 수도 없다’는 알베르 카뮈의 글처럼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끌려가도록 내버려둘 생각이에요. 이 무형의 미가 위안이 되리라 믿어요. 그리고 이러한 이유들을 원동력 삼아 오랫동안 즐겁게 작업을 이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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